개봉동 채널: 2020

“미사 재개, 첫미사보다 더 떨렸어요”

[앵커] 공동체 미사 중단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사제에게도 신자에게도 낯설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는데요.

사제가 되자마자 미사 중단과 재개를 겪은 새 사제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김혜영 기자가 새 사제 문성욱 신부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공동체 미사가 재개된 지 2주째.

지난 주일 서울대교구 개봉동성당엔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두 달 전 혼자서 미사를 봉헌했던 문성욱 신부는 이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합니다.

정성껏 준비한 강론도 마음을 담아 전합니다.

<문성욱 신부 /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 보좌>
그러므로 우리는 착한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고 한 무리 안에서 그리스도라는 문을 통하여 들어가고 또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며, 언제나 주님을 마음 안에 품고 살아가는 한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신자들에게 성체를 분배하고, 직접 강복을 주고…

미사 후엔 성물을 축복하고, 신자들과 담소를 나누기까지…

본당신부로서의 일상을 되찾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문 신부는 지난달 23일 미사가 재개되던 날의 떨림과 설레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문성욱 신부 /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 보좌>
입당해서 성호를 딱 긋고 하는데, 신자분들이 눈 앞에 보이고 신자분들이 아멘이라는 그 응답을 하는데, 되게 울컥하더라고요. 제가 미사 도중에도 얘기했지만, ‘첫미사 때도 이렇게 안 떨었는데 오늘 이렇게 떨고 있다’ 하면서…

성가도 부르지 못하고, 띄엄띄엄 앉아서, 마스크를 쓰고 봉헌해야 하는 미사.

문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성욱 신부 /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 보좌>
그동안 같이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 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 신자분들이 가지고 있는 응답하는 음성이 엄청나게 큰 힘이 있구나’ 하는 걸 느껴 가지고 사실 굉장히 감사하면서 미사 봉헌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새 사제가 성당에서 혼자 미사를 드리는 모습은 교회 안팎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비신자들로부터도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문성욱 신부 /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 보좌>
감사하죠 어떻게 보면. 저는 선배 신부님께서 한 번 찍어보는 게 어떠냐 해서 하겠다 해서 찍었는데, 그렇게 저희 신자분들을 포함해서 비신자분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끼쳤고 그분들이 그로 인해서 성당에 다시 나갈 수 있거나 혹은 냉담자분들께 울림이 됐다면 그걸로 감사할 따름이죠.

공동체 미사가 재개됐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이 미사는 봉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 신부는 얼굴조차 보지 못한 어린이 신자들에 대한 그리움을 밝혔습니다.

<문성욱 신부 /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 보좌>
굉장히 보고싶죠. 사실 얼굴 하나 보지도 못하고, 복사 아이들도 한 4명 만났거든요. 미사 중단되기 전에. 빨리 아이들을 만나서 애들하고 같이 놀고 싶고, 또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같이 나눠주고 싶고, 그렇게 해서 예수님을 하느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데, 아이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제가 되자마자 첫 본당에서 맞닥뜨린 미사 중단과 재개.

신자들은 문 신부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박철진 다마스쿠스의 요한 / 서울대교구 개봉동본당>
신부님 사실 여기 첫미사 오셨을 때 하셨던 말이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첫미사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저희도 신부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고, 미사 안에서 하느님 기억하면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