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 신부님말씀

연중 제 19 주일 나해 2021년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 제 19 주일입니다. 우리는 연중 제 17 주일부터 5주간에 걸쳐서 요한복음 6장의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연중 제 17 주일에는 ‘빵을 많게 하신 표징’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중 제 18 주일에는 ‘생명의 빵’에 대한 긴 담화문 중 앞부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군중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체험한 후 예수님을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예수님을 자신들의 왕으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예수님께 또 다른 표징을 보여 달라고 청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그들의 원의를 물리치셨습니다. 결국 군중은 빵을 많게 한 기적을 보기는 했지만, 그 기적 안에 숨겨진 표징을 알아보지 못해서,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믿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의 뜻은, 중요한 것은 빵을 배불리 먹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표징을 알아차리라는 말씀입니다. 그 표징은 바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생명의 주권을 가지고 계심을 다시 한 번 알려주셨던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기적을 원할 때가 있습니다. ‘한번만이라도 기적을 볼 수 있다면, 더 깊은 믿음을 가질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의 기적을 보게 되면, 또 다른 기적을 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처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안일함만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 곳과 기적을 일으킨 사람을 찾아다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닙니다. 이것은 또 다른 우상과 사이비 종교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성체 기적은 세계 곳곳에서 여러 번에 걸쳐서 일어났습니다. 성체에 관한 기적 이야기입니다. 약 700년경 이탈리아의 린치아노 라는 곳에 한 신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워,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항상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 신부가 미사를 거행하면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는데, 갑자기 성체가 실제 사람의 살로 변하고, 포도주가 피로 변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신부는 처음에는 몹시 놀랐지만, 곧 기쁨에 넘쳐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보라, 지극한 사랑이신 그리스도의 살과 피!” 라고 외치며, 바로 이 자리에서 기적이 일어났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이 기적을 현대의 과학자들이 여러 번에 걸쳐 정밀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살과 피는 실제로 사람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살은 사람의 심장 근육 조직이며, 피는 정상인의 피와 똑같은 비율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이 기적이 1,300년 전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살과 피는 지금까지도 린치아노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부패되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로부터 500여년이 지난 1263년, 프라하의 베드로라는 독일인 신부가 흔들리는 믿음을 확고히 하고자 로마로 순례를 떠났습니다. 베드로 신부가 로마로 가는 도중, 이탈리아의 볼세나라는 마을에 들러 여느 때와 다름없이 미사를 봉헌하던 중, 베드로 신부가 성체를 들어 올리는 순간, 성체에서 피가 흘러내려 베드로 신부의 손을 적시고 제대와 성체포 위에 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년 가까운 조사와 확인 작업 끝에 이 일은 기적으로 판명되었고, 교황 우르바노 4세는 당시에 그가 머물던 오르비에또의 성당으로 피 묻은 성체포를 모셔오도록 명하였습니다. 그 성체포는 지금도 그곳에 전시되어 매년 수많은 순례객들이 참배를 드리고 있으며,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이 기적에 감명을 받아 이듬해인 1264년에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외에 최근에 일어난 성체 기적은 2017년 9월 이태리 나폴리에서 일어났습니다. 305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나폴리의 수호성인 제나로의 응고된 유혈이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액체로 변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분이 빠져서 딱딱하게 굳은 혈액이 다시 살아 있는 사람의 혈액처럼 액체로 변한 것입니다.

 

하여간, 이렇게 때때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시고자 이와 같은 기적들을 보여 주십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의 양식으로 주겠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욱이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래서 위의 기적들과 그 밖의 다른 기적들은, 성체 성사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영적인 양식이며, 우리가 거룩하고 기쁜 삶을 살 수 있도록 주신 사랑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당신의 사랑과 기쁨, 평화 안에서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새롭게 해주시며, 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고 계십니다.

 

성체 기적은 지금도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13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기적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기적은 아니지만, 성체와 성혈 안에,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이 믿음만이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믿음은 우리의 삶 안에 투영되어야 하며, 우리의 손을 통해 기적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 2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어 사랑의 삶을 살아갈 때 세상을 바꾸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삶을 통해 변화된 세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입니다.

 

성체 성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사랑의 선물이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몸을 모시고,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어 사랑을 실천할 때 예수님께서는 진정 우리 마음 안에 살아계시며, 우리를 당신의 사랑 안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마음이 모여서 볼 수 있는 하느님의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하며 거룩하고 행복한 나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 코로나 19로 인하여 지난 7월 12일부터 40명 이내로만 미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모두 방역수칙 철저히 지켜주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