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말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나해 2020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나해 2020년

 

 

찬미예수님.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올 해는 코로나 19로 인해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다들 방역수칙 철저하게 지켜주시고, 건강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이 어려운 시기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2020년도의 마지막 주일인,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성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우리는 보통 성가정을 주제로 한, 성화나 성상을 보게 되면, 막연하지만 ‘참 거룩하고 평화롭고 행복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가정도 ‘성가정이 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며 기도를 바칩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성모님과 성요셉이 꾸미셨던 성가정이 참으로 거룩하고 평화롭고 행복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이었을까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성화나 성상을 통해 보인 성가정은 참으로 거룩하고 평화롭고 행복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성가정은 여러 가지 불행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가정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불행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성가정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가정이었습니다. 가난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성요셉의 직업은 장인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장인이라는 단어는 막일을 하던 사람들을 지칭할 때 사용했던 단어였습니다. 2000년 전에 그리 많은 직종이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이스라엘의 척박한 땅에서 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그리 부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둘째로, 성가정은 부부간의 불신과 오해가 있었던 가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결혼 풍습은 처녀가 정혼을 한 다음에도 동거생활을 하지 않고 약 1년간 친정에서 살게 됩니다. 마리아가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게 된 시기는 바로 이 1년간 친정에서 생활했던 시기였습니다. 즉 첫 번째 결혼과 두 번째 결혼 사이에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 사건 때문에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는 많은 오해와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요셉은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결심할 정도로 이 성가정에는 극복해야 할 불신과 갈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성가정은 자식의 불효가 있었던 가정이었습니다. 루카 복음 2장 41절부터의 말씀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열두 살 되던 해 과월절 때,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부모는 아들 예수님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 성전에서 아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때 성모님께서는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라는 말씀에, 12살 밖에 되지 않은 예수님께서는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는 뜻밖의 대답을 했습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30살이 될 때까지 장가도 가질 않았고, 홀어머니를 나 몰라라 하며, 훌쩍 광야로 떠나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공생활 시절, 예수님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들이 성모님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아들 예수님이 악령이 들렸다는 둥, 죄인들하고 어울린다는 둥,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얘기들이었습니다. 이에 성모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이 걱정이 되어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찾아 온 어머니에게,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형제들이다.’ 라고 하시며 매몰차게 어머니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네 번째로, 성가정은 고통이 있던 가정이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사건은, 서양인에게는 배우자의 죽음이고, 동양인에게는 자식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성가정은 이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겪은 가정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남편 요셉을 일찍 여의었을 뿐만 아니라, 외아들마저도 자신의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셔야만 했습니다.

 

성가정은 이렇게 여러 가지 불행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의 성가정을 본받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성가정을 통해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훈과 모범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성가정이 이런 불행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성가정 안에는 우리가 쉽게 잊고 마련하지 못했던 하느님의 자리를 항상 마련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고통의 순간에도, 이해 못할 임신으로 파혼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이해 못할 아들의 행동과 불효의 순간에도, 성가정을 이끌어 간 것은 인간적인 판단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성가정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었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께서 활동하실 수 있는 자리와 공간을 마련해 드렸다는 것이, 성가정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또한 성가정은 하느님의 사랑을 그대로 실천한 가정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찾아오실 수 있었던 곳은 성모님과 성요셉 가정 밖에는 없었습니다. 성모님과 성요셉의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사랑이 없었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에 오실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시지만, 동시에 참 인간이셨습니다. 따라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않고는 양육되실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성모님과 성요셉에게 전해졌고, 성모님과 성요셉의 사랑이 아기 예수님께 전해졌기에 아기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사랑을 배우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은 가정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으며, 이 사랑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정은 중요합니다.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가장 작은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에게 알려주십시오. 하느님께서 얼마나 자비롭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신지를. 그리고 함께 기도하십시오.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기를. 그러면 여러분의 가정은 이미 성가정을 이룬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한 주간은 가정 성화 주간입니다.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맛나게 드시고, 정감어린 대화와 기도의 시간을 갖으십니다. 바로 그때 사랑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가정에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내년에도 코로나 19로 인해서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맞게 될 2021년에는 가족 간에 사랑이 흘러넘쳐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 그리고 함께 기도하며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성가정이 되실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