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 신부님말씀

대림 제 4주일 나해 2020(12월20일 강론)

대림 제 4 주일 나해 2020년

 

 

찬미예수님. 오늘은 대림 제 4 주일입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모두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빨리 코로나 19가 잠잠해져서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주님을 찬미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대림 제 4 주일입니다. 제대 앞의 4개의 대림초에도 모두 불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메시아께서 오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메시아의 탄생을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 준비하였습니다. 이제 마지막 점검을 할 때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에서 우리는 구원역사 안에서 아주 중요한 두 인물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다윗 왕이고, 다른 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먼저 제 1 독서에 나오는 다윗 왕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다윗 왕은 주위의 여러 세력들을 평정하여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로 통일왕국을 건설하였습니다. 또한 다윗 왕은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깊은 신심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백성을 다스렸습니다. 그래서 다윗 왕이 다스리던 시기가 이스라엘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였습니다. 그러나 이후로 다윗 왕에 버금가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하느님께 불충실한 왕들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백성은 점차로 ‘새 다윗’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시아 사상이 등장하는 발단이 되었습니다.

 

오늘 제 1 독서에서 다윗 왕은 하느님께 좋은 집을 지어 드리겠다는 아름다운 정성을 봉헌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그의 갸륵한 마음만을 받으시고, 오히려 다윗의 가문에 큰 축복을 내려 주셨습니다.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커다란 축복의 말씀은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윗의 후손 가운데 하나를 당신의 아들로 삼아 왕권을 튼튼히 해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 것입니다. 이처럼 다윗 왕은 하느님께 집을 지어 드리겠다는 효성스런 마음을 봉헌하였고,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그의 가문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후손’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봉헌에는 위대한 축복이 따릅니다. 부모는 어버이날에 자녀들이 꽃 한 송이 달아 주는 것만으로도 큰 감격과 기쁨을 얻습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작은 정성을 그처럼 크게 받아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축복의 비결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바라고 청하는 것보다도 훨씬 넘치고 풍요롭게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봉헌했을 때도 그랬고, 사렙다의 과부가 마지막 먹을 빵을 하느님의 사람 엘리야에게 주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아! 주님께서 함께하고 계셨구나.’ 하는 놀라운 은혜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봉헌은 늘 축복과 연결되어 있으며 삶의 소중한 가치를 거기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봉헌’과 ‘축복’이라는 개념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 봉헌이라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려 주시는 것이 축복입니다. 따라서 봉헌과 축복은 서로 상대방에게 내어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같은 길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봉헌과 축복이 신앙 안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드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다윗 왕이 하느님께 집을 지어 봉헌하겠다는 그 갸륵한 정성을 배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바로 이 ‘봉헌’이라는 우리의 신앙의 길을 통해서 당신 축복의 길을 열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구원역사 안에서 만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가브리엘 천사가 나자렛의 마리아를 방문하여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하게 될 것’ 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음 말씀을 보면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는 동문서답을 하는 듯 합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하늘의 얘기를 하는 반면, 마리아는 땅의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가브리엘 천사는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하고 인사합니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고 복음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자 가브리엘 천사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조심스럽게 드러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라고 전하며, 그동안 닫혀있던 하늘의 문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다시 열리게 될 것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마리아라는 나자렛의 작은 시골 처녀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마리아는 어안이 벙벙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이에 가브리엘 천사는 다시 한 번 하늘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이제야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구원역사 안에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였습니다. 마리아가 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나자렛의 작은 처녀인 마리아의 봉헌을 원하셨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도 봉헌과 축복의 개념이 사용되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다윗에게 약속하셨던 ‘아들’, 즉 메시아가 드디어 마리아라는 작은 처녀의 몸을 통해서 탄생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된다는 굉장히 커다란 축복을 받았습니다. 마리아는 본래 보잘것없는 처녀였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도 일찍이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봉헌했던 처녀였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바로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처녀에게 당신 자신을 온전하게 내맡기셨습니다. 역시 봉헌과 연결되는 축복이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새 다윗’으로 오십니다. 물론 본래의 다윗보다 훨씬 더 크고 위대하신 분이시지만 다윗을 통해서 내려 주셨던 하느님의 약속이 예수님 안에서 성취되었다는 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새 다윗이십니다. 그리고 이제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며 그분의 왕권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오시는 길은 다윗과 마리아를 통해 열렸으며, 두 분의 갸륵한 정성과 충실한 신앙을 통해서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진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찾아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온전한 정성을 다해 자기 자신을 봉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새 축복을 가지고 오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윗의 신앙을 배워야 하며 마리아의 봉헌을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계획된 진리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 2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가 모든 민족들을 믿음의 순종으로 이끌도록, 영원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예언자들의 글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주님의 거룩한 탄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요한 밤 시간을 통해서 하느님의 거룩한 아드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앙을 다윗처럼 위대하게 봉헌할 수 있는 자만이, 또 마리아처럼 주님의 종으로서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자만이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한 주간, 주님께서 나의 마음 안에 작은 방을 꾸미실 수 있도록 깨끗이 청소하고 주님을 맞아드리도록 준비하는 나날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