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말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해 2020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해 2020년

 

찬미예수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본당에서 미사가 중단된 지 40일이 되었습니다. 교구에서는 아직 감염 전파가 안정권에 들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내일 4월 6일 월요일부터 미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던 사항을 보류하였습니다. 미사 재개는 별도의 지침이 내려질 때까지 보류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게 되면 그때부터 미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신자 여러분은 평화방송 티비를 통해서 미사 참례를 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뵐 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사건을 기념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1년 중 가장 거룩한 성주간을 지내게 됩니다. 우리는 이 한 주간 동안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며, 주님과 함께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두 개의 복음 말씀을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께서 암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는 내용입니다. 이때 군중은 자신들의 겉옷과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았으며,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하며 뒤따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복음 말씀은 마태오가 전한 주님의 수난기 입니다. 복음서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며, 우리 신앙의 근거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반해, 인간은 자신의 욕심,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을 얻고자 인간의 생각으로 하느님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두 복음 말씀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많은 백성의 환영을 받으시며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내용입니다. 백성이 왕으로 모시려고 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사양하시던 예수님께서 오늘만큼은 군중의 영접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자세히 보아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는 말이 아닌 암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을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말은 군사용이며 왕의 권력을 드러내는 동물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이 아닌 암나귀를 타셨다는 것은 ‘당신 자신이 왕이심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그것은 현세의 권력을 지닌 왕이 아닌,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으로써의 왕의 모습을’ 드러내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들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은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로마로부터 독립하여 다윗시대의 통일왕국을 건설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했는데, 군중은 그 지도자로 예수님을 기대했습니다.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힘이라면 로마의 군사력을 이겨내고 통일왕국을 건설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하느님의 나라는 인간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나라였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두 번째 복음 말씀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꿈꿔왔던, 눈에 보이는 강력한 힘으로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자비와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 그리고 수난과 고통을 동반하는 십자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하느님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모두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앞부분을 보면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를 바치시는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처하게 될 상황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습니다. 처참한 고통과 함께 군중 앞에 발가벗겨지는 수모를 받으시며 십자가형에 처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참인간이셨기에 우리와 똑같은 고통과 아픔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의연하게 대처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하며 당신의 뜻이 아닌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순명의 자세로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 하시며 당신의 운명을 순순히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내어 맡기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위하여 십자가를 짊어지셨다는 것은 하느님 사랑의 극치였습니다. 그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십자가상의 제사로 드러남으로써 예수님의 사명은 완수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십자가를 통하여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 증거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직후 똑똑히 나타났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운명하시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들의 몸이 되살아났다.’ 고 복음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 “백인대장과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고 전해주고 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이 백인대장의 이름은 로마노였습니다. 후에 성인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상의 제사로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민족들에게도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원대한 계획과 사랑의 승리를 만천하에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상의 제사로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님과 하나가 될 수 있게 되었으며,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한 주간 동안 십자가를 짊어지신 예수님과 함께 힘들고 어려운 고통의 십자가의 길이지만 따라 걷도록 합시다.

 

미사 재개는 별도의 지침이 내려질 때까지 보류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게 되면 그때부터 미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 해 성주간 예절은 평화방송 티비를 통해서 참례하시기 바랍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 파스카 성야, 평화방송 티비 저녁 8시에 방영이 됩니다.

 

신자 여러분이 함께 하시지 못하지만, 본당에서는 사제들과 수녀님들이 ‘우리 본당 공동체’를 위해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미사 지향을 넣고 싶으신 분들은 사무실에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성화 : 프라 안젤리코의 “예루살렘 입성”

 

성화 : 안드레아 만테냐의 “겟세마니에서의 고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