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말씀

사순 제 5 주일 가해 2020년(3월 29일 강론)

사순 제 5 주일 가해 2020년

 

찬미예수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본당에서 미사가 중단된 지 33일이 되었습니다. 교구에서는 어느 정도 감염 전파가 안정권에 들었다고 판단을 하여, 성주간이 시작되는 4월 6일 월요일부터 미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 청소년들, 면역력이 약하신 어르신들은 당분간 미사에 참례하지 마시고, 집에서 평화방송 티비를 통해서 미사 참례를 하시던지, 아니면 대송을 바치시면서 지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당에서 4월 6일 월요일부터 미사를 재개하기는 하지만, 당분간 모든 모임은 금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사순 제 5 주일입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재의 수요일 미사도 봉헌하지 못한 채 사순 시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사순 시기의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묵상했던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순 제 1 주일에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다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내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함을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사순 제 2 주일에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해,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함을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사순 제 3 주일에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예수님만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주신다는 것을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사순 제 4 주일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신 기적을 통해,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으로 오셨음을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사순 제 5 주일로, 예수님께서는 당신 부활의 예표로, 죽은 지 나흘이나 지난 라자로를 소생시키시는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당신의 정체성, 즉 당신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라고 물으심으로써,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믿고 거기에 동참하는 삶을 살 것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오늘의 복음 말씀을 묵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요한복음에만 나오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사가는 자신의 복음에 7개의 기적을 전해주고 있는데, 오늘 우리가 들은 라자로를 소생시킨 기적이 마지막 일곱 번째 기적입니다. 이 기적은 일곱이라는 숫자에서 드러나듯이,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가리키는 가장 완전한 표징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배경인 베타니아는 예루살렘에서 조그마한 언덕 너머에 있는 가까운 마을로 예수님께서 자주 왕래하시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라자로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오빠였습니다. 이런 모든 사정이 이 기적의 사실성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라자로의 가족을 사랑하셨지만, 정작 라자로가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계시던 곳에서 이틀이나 더 머무르시다가, 죽은 지 나흘째 되는 날에야 그 가족에게로 가셨습니다. 그것도 얼마 전 돌에 맞으실 뻔한 일로 유다 땅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말리는 제자들을 뒤로하신 채 앞장서 가셨습니다. 늑장을 부리신 것도, 위험을 마다하지 않으신 것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라자로의 무덤에 당도하셨을 때에는, 라자로의 육신이 부패되기 시작한 후였습니다. 죽은 지 나흘이나 지났으니 라자로의 생명은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완전한 죽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라자로의 여동생 마르타까지도 “주님,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벌써 냄새가 납니다.” 라고 하며 절망적인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먼저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여기 둘러선 군중이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는 것입니다.” 하고 기도를 바치신 다음,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라는 한마디 말씀으로 그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이 기적으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신적 권능을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죽은 사람까지도 소생시키셨다는 것은, 당신 자신이 삶과 죽음을 지배하는 절대자이심을 뚜렷이 보여 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왜? 이 사순 제 5 주일에 라자로를 소생시킨 기적 이야기를 복음으로 봉독하도록 했을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라자로를 살려내시면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라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계속 우리에게 물으셨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마르타는 오늘 우리가 해야 할 대답을 대신 해주고 있습니다. “예, 주님!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예수님만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실 수 있으며, 세상을 밝게 비추실 수 있고, 생명을 주관하시는 절대자이심을 고백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라자로의 소생 기적은, 마르타의 신앙 고백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믿음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라자로의 소생 기적은 한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가진 우리 신앙인들에게 라자로의 소생 기적은, 부활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줍니다. 이것이 성령의 힘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 2 독서에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면,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는 당신의 영을 통하여 여러분의 죽을 몸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령의 뜻에 따라 살면, 우리 안에 계신 그 성령의 힘으로 우리도 살리신다는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두렵고 불안해합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부활이며 생명이신 주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부활의 씨앗, 영원한 생명의 씨앗이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찬란한 기적은 간 데가 없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우리의 주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시게 되실 것입니다. 이제 사순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가졌던 많은 결심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번 한 주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영광된 부활은 완전한 죽음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음을 기억하며 거룩한 성주간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 올해는 부활 판공성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본당에서는 ‘일괄 고백 일괄 사죄 예식’4월 7일 화요일과 8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거행할 예정입니다. 합동 고해 성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용희 사도요한 신부

 

 

 

성화 : 루카 디 톰메의 라자로의 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