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말씀

사순 제 4 주일 가해 2020년(3월 22일 강론)

사순 제 4 주일 가해 2020년

 

찬미예수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본당에서 미사를 중단한 지 26일이 되었습니다. 아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전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구에서는 안정권에 접어들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여, 4월 6일 학생들 개학 시기에 맞추어 미사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교구의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신자 여러분께 공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사순 제 4 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물을 소재로 한 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눈’을 소재로 하여 하느님께서 보시는 시각과 인간이 보는 시각이 다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3가지의 눈이 있다고 합니다. 육신의 눈, 마음의 눈, 영혼의 눈입니다. 육신의 눈은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고 태어나면서 그 기능을 시작하고, 마음의 눈은 교육을 통하여 보는 방법을 터득하며, 영혼의 눈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눈을 뜨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인 사람이 예수님의 치유기적으로 이 3가지의 눈을 모두 뜨게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소경의 육신의 눈은 실로암 연못에서 얼굴을 씻자 눈이 밝아졌으며, 마음의 눈은 소경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고백하면서 뜨게 되었고, 영혼의 눈은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주님, 저는 믿습니다.” 라고 고백함으로써 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 1 독서의 말씀과 복음의 말씀을 보면 육신의 눈은 뜨고 있지만, 마음의 눈, 영혼의 눈은 흐리거나 먼 상태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 제 1 독서는 다윗이 예언자 사무엘에 의해서 기름 부음을 받는 대목입니다. 예언자 사무엘은 왕을 선택해야 했는데, 아는 것이라고는 베들레헴의 이사이 가문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왕의 후보자가 있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사무엘이 이사이의 집에 가서 엘리압을 보니, 잘 생기고, 튼튼하고, 똑똑하고, 재치 있고, 멋진 수염과 넓은 어깨, 당당한 태도, 근엄한 모습을 보고 왕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이미 그를 배척하였다.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라고 하시며 동의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집안에 있던 일곱 아들을 차례로 보았지만,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아들은 없었습니다. 결국 들판에서 양치기하던 막내아들 다윗을 만나고서야 왕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는 눈은 사무엘의 눈과 달랐던 것입니다. 예언자 사무엘은 육신의 눈으로만 하느님의 대리자를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도 바리사이들과 유다인들은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 소경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예수님께 대한 미움의 감정에 휩싸여 그 소경마저 함께 미워하고 배척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리사이들과 유다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미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다른 이’라는 선입관과 미움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을 무시한 채, 안식일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예수님을 하느님으로부터 파견 받은 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영혼의 눈, 마음의 눈은 모두 닫아 버린 채, 육신의 눈에 보이는 어떤 것만이 ‘진실’인양 착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 하며 하느님을 따르는 자녀들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선한 생각과 행동, 의로운 삶, 진실을 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육신의 눈으로 하느님의 창조물을 보고 기뻐하며 감사드리고 찬양을 드립니다. 그리고 마음의 눈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영혼의 눈을 통해 신앙을 고백하고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갈 길은 정해졌습니다.

 

이 세상에는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은 마음의 눈으로, 영혼의 눈으로 보아야 하며, 그것이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원하시고 전지전능하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우리의 육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다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며, 하느님의 손길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 사순 시기에는, 그리고 이번 한 주간 동안은 특별히 주님의 깊은 사랑을 마음으로, 영혼으로 느끼고 보면서, 우리의 손길로 하느님의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언제 어디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지 모르니 개인위생 관리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곧 본당에서 미사가 재개되기를 바라며 신자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용희 사도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