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말씀

사순 제 3 주일 가해 2020년(3월 15일 주일 강론)

사순 제 3 주일 가해 2020년

 

찬미예수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본당에서 미사가 중단된 지 19일째 되었습니다. 다행히 감염 확진자가 감소하고, 완쾌되신 분들, 자가 격리가 해제되신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안정권에 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구에서는 오는 21일 토요일까지 미사를 중단하기로 하였고, 미사 재개는 추후에 다시 지침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언제 본당에서 미사가 재개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사순 제 3 주일입니다. 오늘 사순 제 3 주일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물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동시에 모든 더러움을 씻는 정화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물을 중심으로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 안에서, 상반된 두 개의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가르침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 1 독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출기 2장을 보면 “그들은 고역을 견디다 못하여, 신음하며 아우성을 쳤다. 이렇게 고역에 짓눌려 하느님께 울부짖으니, 하느님께서 그들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굽어 살펴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에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지도자로 삼아,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 생활을 하던 이집트에서 구출,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출애굽, 애굽을 떠나 나오다.’ 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원역사’, 즉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자유의 몸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이스라엘 역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 갈라진 홍해를 건너, 낮에는 구름기둥이, 밤에는 불기둥의 안내를 받으며, 약속된 땅을 향하여 자유와 기쁨과 희망을 지니고 힘찬 행진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에 도착할 때까지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은 긴 시간입니다. 그것도 먹을 것과 입을 것, 몸을 뉘어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광야 생활은 고통과 고난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광야 생활 초기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불평불만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자유의 삶보다는 몸은 억눌려 있었지만, 먹고 입고 자는 것이 편했던 노예 생활이 더 낫다는 불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한 예가 오늘 제 1 독서의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타는 갈증으로 모세에게 불평을 했습니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왔소? 우리와 우리 자식들과 가축들을 목말라 죽게 하려고 그랬소?” 죽고 사는 문제라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믿음이 약한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이제 내가 저기 호렙의 바위 위에서 네 앞에 서 있겠다. 네가 그 바위를 치면 그곳에서 물이 터져 나와, 백성이 그것을 마시게 될 것이다.” 라며 이스라엘 백성의 불평을 해소시켜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채워주시고, 오늘 독서의 말씀대로 광야에서 갈증에 싸인 이들에게 샘물을 마시게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불평꺼리가 생기면 하느님께서 자신들 가운데 계시는지, 계시지 않는지를 의심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의 복음 말씀에 나오는 사마리아 공동체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 역시 예수님께,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얘기했던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사마리아 여인이 얘기하는 갈증의 종류와 물의 성격은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이 느낀 갈증은 육적인 갈증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청한 물 역시 육적인 물, 곧 ‘자연수’였습니다. 반면에 사마리아 여인의 경우는 영적인 갈증이었고, 그녀가 청한 물은 영적인 물, 곧 ‘생명수’였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과 사마리아 여인이 느낀 갈증의 이유가 다르고, 그들이 청한 물도 차이가 납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우리 신앙인이 느껴야 하는 갈증과, 청해야 하는 물의 성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영적인 물을 통해 영적 활력과 생명을 얻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사마리아 여인과 같이 영적인 물, 생명수를 예수님께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나오는 물은 우리를 영적 갈증에서 해소시켜 생명력을 부여하고, 아울러 우리의 더러움을 씻어 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샘,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이어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의 주제가 예배의 장소로 옮겨집니다. 예배를 어디에서 드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이 결별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의 말씀으로 이 논쟁은 무의미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적인 예배’를 강조하시어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하심으로써,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의 장소가 어디라도 상관없음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것은 장소를 뛰어 넘어 예수님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곧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고, 그 일들이 행해지는 곳이, 성전임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예배는 이제 예수님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샘인 예수님께서는 이제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갈증을 느끼신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먼저 다가가시어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라고 말씀을 건네셨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갈증을 느낀 인간이 먼저 하느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목마르다.’ 라고 하시며, 당신을 받아주기를 요구하시는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역시 “목마르다.” 라고 하시며 이러한 갈증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느끼시는 갈증과, 또 우리에게 청하는 물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목말라 하시는 것은, 우리의 회개와 정화이며, 하느님과의 영적인 만남을 통해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예수님의 갈증을 풀어드릴 수 있는 물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르심과 응답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며 사랑이 흘러넘치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시지 않으십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 곁으로, 당신의 그늘 밑으로 우리를 모아들이시는 분이십니다. 이에 우리는 응답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회개와 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뜻대로 살겠다는 결심이며, 하느님과의 영적인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내가 삶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역시 물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세상에 생명을 부여’하며, 사람들의 ‘영적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그런 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늘 생명의 샘이신 예수님 안에서 영적인 물을 마셔야만 합니다. 그리고 부단한 자기 성찰과 내적 투쟁으로 늘 깨어 기도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이 사순 시기를 지내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하며,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신앙인의 자세인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도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의 이웃들에게 생명수가 되어 생명을 움트게 하고, 더러움을 씻어 내는, 그래서 영적인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나날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위생 철저히 하시면서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